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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처음엔 몰랐다. 내가 그린 그림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할 수 있겠어?] 그 다음엔 우연이라 여겼다. 그런 스타일이야 꽤 흔하기도 하고 내 특허도 아니고. 그 후로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. 내 그림이 불펌으로 퍼지기라도 했나? 내 팔로워인가? 스타일이 좋아서 참고하는 건가? 마지막으로는 초조했다. 내가 직접 그린 패턴이 새겨진 티셔츠를 보면서 ‘저런 패턴이 있었는데 내가 모르고 같게 그린 건가? 아니면 내 그림이 도용당한 건가?’ 싶어서. 결국 직접 물어보았다. “이거요? 딱히 어디서 산 건 아니고...” 그리고, “제가 직접 주문제작했어요. 어때요? 어울려요?” 라며 그 애는 나에게 되물었다. 내가 그린 스타일과 같은 옷을 입고, 내가 그린 패턴이 강조된 아이템을 강조하며 악세사리가 잘 보이도록 스타일링도 하고 포즈도 취하면서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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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침묵에 먹혀 전달되지 못했던 나의 진심] 오답은 나중에 고칠 수 있지만 오해는 영영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. 우연히 SNS에서 맞닥드린 과거의 친구. 정말 가까웠지만, 너무 큰 오해로 돌이킬 수 없게 끝나버린 인연. 하지만 나는,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걸. 하지만 나는…, 아무 말도 못 했는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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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식탁 위 만찬, 발 아래 우울] 은예는 매주 금요일 제 집에 찾아오는 맑음을 위해 저녁을 만들고, 맑음은 준비한 저녁에 적당히 어울리는 술을 사 온다. 맑음이 자고 가는 날이면 은예는 다음 날 아침 식사도 차린다. 가끔은 사 먹기도 한다. 주말에 번화가로 나가서 맛집을 다니거나 편의점에서 새로 나온 도시락을 먹거나.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, 사실 은예에게는 걱정거리가 있다. 바로 자신의 무기력함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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