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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곳에, 네가

작은 섬 백월도, 조용하고 간결했던 동화의 시간.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과 그녀를 찾아온 성북동 할머니의 제안. 갑작스러운 상경은 그녀의 일상을 흔들어놓는데……. “어제 태헌이 그 자식, 너한테 인사도 제대로 안 하지?” “태헌이요? 아…… 큰손자분이요?” “응. 내가 배에서도 말했지? 걔는 그냥 상대하지 마. 그냥 여기 같이 사는 이상 안 부딪치는 게 상책이다. 너는 그놈 당해내기 힘들어.” 성북동 그 집에 사는 세 남자. 동갑내기 삼수생, 막내 명헌, 눈웃음이 매력적인 둘째 제헌.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반듯하고 잘생긴 남자, 첫째 태헌. “당장 짐 싸. 일단 호텔로 가고, 있을 곳은 내일 알아봐줄 테니.” “…….” “내 말 안 들려?” 제때제때 대답 안 하면 죽일 듯 보는 눈은 손자나 할머니나 똑같았다. “……들리는데요.” “뭐?” 뜻밖의 당돌함에 그도 자세를 바꿨다. “왜 대답이 없지? 못 나가겠다는 건가?” 태헌은 곤란한 상황에 먹잇감 밀어넣고 즐기는 사자처럼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댔다. 그런데 그 인형이 의외였다. 목소리가 작은 거 빼고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. “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예요…….” “…….” “할머니가 절대로 아저씨 상대하지 말라고 했거든요. 그래서 말 못 해요. 죄송합니다.” 그와 그녀, 두근두근 동거를 시작하다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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